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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대단원을 장식하는 주인공이 되고 싶다”
작성일 : 05-13
조회 :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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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기는 참 스승 정을진 감독(오른쪽)을 만나며 반전 인생의 실마리를 풀었다. 국가대표팀 훈련이 끝난 뒤 자리를 함께한 사제의 모습이 무척 정겹게 느껴진다.

 

(맨체스터 = 춘추필)

서러웠다. 인고의 세월은 길었다. 더디게 가는 시간은 야속하기만 했다. 눈물 젖은 빵을 더는 맛보기 싫었다.

믿었다. 얼마나 많은 땀을 코트 위에 뿌렸던가. 하루에도 얼마나 많이 차고 내지르기를 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크게 될 나무는 99%의 땀을 필요로 한다.’고 스스로를 달래며 차고 또 내질렀다.

본래는 옥()이었다. 그러나 빛을 발한 시간은 짧았다. 존재감을 내뿜기가 쑥쓰러웠을까. 흙 속에 파묻혀 좀처럼 지녔던 가치를 드러내지 못했다. 오히려 끝없는 나락으로 끌려 들어가는 듯했다. 그렇게 나달은 흘러갔다.

포기란 단어는 애초에 머릿속에 없었던 양 쪼고 또 벼리었다. “옥도 갈아야 빛이 난다.”라는 우리네 속담을 되뇌며 기량을 닦았다. 깊고 어두운 저 밑바닥에서 버티며 갈고닦아 온 7년의 세월은 시나브로 대반전의 막을 올리려 하고 있었다.

신도 감동했다. 시련의 시험을 끝낸 신은 미소를 지으며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어느 날, ‘태권도 종가를 대표하는 일원으로 발탁되는 영광을 선물했다. 스물세 살에 맞이한 생애 첫 성인 태극 도령의 감격을 누리게 했다.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왔다.

이선기(23·전주시청), 신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희곡 반전 인생의 주인공이다.

1막에서, 그는 웃었다. 고교(전주 영생고등학교) 1년 때 청소년 국가대표로 태극 도복을 입었다. 삼례중학교(전라북도 완주군) 1년 때 정식으로 태권 도복을 입은 지 4년 만에 올린 개가였다. 그해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 대회에선, 준우승하며 거목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였다. 비만한 체격이 싫어 시작한 태권도가 새 인생의 태동을 알린 시기였다. 초등학교 5년 때 16693이라는 고도 비만의 아이가 만들어 가는 드라마는 이렇게 시작됐다.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2막에선, 어두운 구름이 짙게 깔렸다. 촉망받으며 명문 경희대학교에 들어갔지만, 침체의 골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4년 동안 세 명의 지도자에게서 조련받는 고난에 맞닥뜨리어 발전은커녕 퇴보의 그늘 속에서 허덕였다.

다시 반전이 일었다. 3막에선, 구름이 걷히고 서광이 비쳤다. 4학년 때 2018 김운용컵 국제 오픈 대회 우승를 비롯해 3관왕에 오르며 그 조짐을 보였다. 졸업에 앞서 20191월 전주시청에 입단하며 고향의 품에 돌아간 그에게 상서의 징표는 확실하게 다가왔다. 태권도 종주국을 대변하는 1진 국가대표 도복(남자 87)이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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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청은 약속의 땅이었다. 주저하지 않고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참 스승으로 꼽는 정을진 감독을 만난 건 그야말로 행운이었다. 무명을 발굴해 재목으로 육성하는 명조련사로 이름 높은 스승의 애정 어린 독려 속에서, 그는 나날이 다달이 크고 자랐다. 눈을 비비고 봐야[刮目相對·괄목상대] 할 놀라운 성장세였다.

그는 인내의 소중함을 잘 알고 가슴속 깊숙이 간직해 왔다. 사실 전주시청은 실업팀이라 하기엔 초라한 배움터다. 무엇보다도 숙식이 평안한 정도는 아니다. 여섯 명의 선수가 원룸에서 기거하며 매 끼니를 바깥에서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불우한 여건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진의 밑거름으로 삼는 삶의 슬기를 보였다. 눈물 젓은 빵의 가치와 참맛을 누구보다도 일찍 깨달았기 때문에, 고비에서 발현된 불굴의 자세와 굳센 마음가짐이었다.

이제 4막이 남았다. 그 무대는 2019 맨체스터 세계 태권도 선수권 대회다. 그는 기필코 감동의 마침표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려 투혼을 불태운다. 자신의 가치를 깨닫게 해 준 스승 정 감독에게 멋진 선물을 안기리라 다짐을 거듭하고 있다. 더욱이 스승이 이번 태극 군단에 남자부 감독으로 합류함으로써, 그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 사기가 용솟음친다.

성취의 원동력은 경험에 앞서 땀이 아니겠는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땀을 흘리고 맞이하는 대회다. 개막이 다가올수록 자신감이 쌓이며 은근히 기대감이 든다. 금을 캐는 일이 불가능할 리 없다. 나 자신을 믿는다. 그런 나를 믿고 응원한 감독님을 비롯한 주위 분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누겠다.”

오는 19반전 인생시리즈 은 막을 내린다. 대회 마지막 날 그가 어떤 결말을 그릴지 궁금하다. 분명한 점은 하나 있다. 어떤 대단원으로 마무리되든, 그가 다시 시리즈 각본 집필과 연출에 들어가려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