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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가 된 이다빈, 대붕을 노리는 날갯짓을 시작했다
작성일 : 08-22
조회 : 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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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따라 강남 갔던 제비는 고니가 돼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2년 뒤 대붕이 돼 9만 리를 날아가려 한다. 잇단 변신의 마지막 한 점이 찍힐 곳은 2020 도쿄 올림픽이다.

이다빈(22·한국체육대학교)이 훨훨 날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하계 아시안 게임에서, 비상의 나래를 활짝 폈다. 자칫 상처를 입을 뻔했던 한국 태권도의 자존심을 곧추세우고 힘찬 날갯짓을 뽐냈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종갓집 태권도는 초반 한국의 메달 레이스를 이끌고 있다. 태권도 경기 첫날 품새에서 두 개(남자 개인전·남자 단체전), 둘째 날 겨루기에서 한 개(남자 -58), 셋째 날 역시 겨루기에서 한 개(여자 +67) 등 네 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날까지 한국이 딴 여덟 개 금 가운데 절반이 태권도에서 나왔다. 태권도 종가에 걸맞은 금 사냥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행보였다. 당초 예상했던 금 결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특히 여자 쪽에선 단 한 개의 금도 나오지 않아 김종기 감독을 비롯한 6명의 코칭스태프를 당혹케 했다. 21일 이다빈에 앞서 금을 다퉜던 여자 -57급의 이아름마저 부상 투혼을 발휘했으나 마지막 0.2초의 반전 드라마에 다 잡았던 금을 놓치면서 위기감은 고조됐다.

나락에 떨어질 수 있는 이 고비에서, 이다빈은 회생의 묘약이 됐다. 이다빈은 적극적 몸놀림으로 짓쳐 들며 상대를 무너뜨리는 시원한 공격력을 앞세워 승승장구 끝에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준결승전에서 보인 폭발적 공격력은 이날의 압권이었다.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이다빈의 공격에 중국의 가오판은 넋을 잃었다. 지난 5월 말 아시아 선수권대회 +73급에서 우승했던 가오판이었건만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25:8. 준결승전 치고는 무척이나 싱거웠던 한판이었다. 이다빈은 결승전에서도 칸셀 데니즈(카자흐스탄)에게 27점을 퍼붓는 무서운 공격력을 뽐냈다.

이다빈의 맹활약에 힘입어 남은 4개 체급을 싹쓸이한다면, 한국은 당초 목표했던 금 과녁에 명중할 수 있게 됐다. 겨루기는 금 여섯 개 이상을 과녁으로 삼고 전장으로 떠났었다.

이다빈은 개인적으론 대회 2연패의 영광을 안았다. 2014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 이다빈은 여자 -62급 금 차기에 성공한 바 있다. 그때 울산 효정고 3학년의 앳된 태극 소녀는 감격의 눈물을 억제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메이저 국제 대회에서 딴 첫 금메달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앞서 첫 태극 도복을 입고 나갔던 아시아 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쓰라림을 겪었던 소녀는 웃음과 눈물의 이중주를 연주(?)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면 4년 전과 오늘, 언제가 더 이다빈을 기쁘게 했을까? “물론 그때의 기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죠. 그래도 이번이 더 기쁜 것 같아요.”

왜 그런지 궁금했다. “당시엔 패기만을 앞세워 단순히 금을 땄다는 기쁨이었던 듯해요. 이번엔 무언가 더 많이 깨닫고 올라선 정상이라 더 환희를 만끽하고 싶습니다. 이번 대회는 2020 올림픽 금에 도전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였으니까요.”

시상식이 끝난 뒤. 이다빈은 이곳까지 온 아버지(이상명 씨·47·위 사진)를 포옹하며 뒷바라지해 준 은혜에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또 최창신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의 축하를 받고 금메달을 목에 걸어 드리는(아래 사진) 센스도 잊지 않는 여유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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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잘 긴장하는데, 이번 대회선 신기하게도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와 뿌듯합니다. 결승전을 앞두고 양소이 코치님이 넌 무조건 금메달을 딸 수 있다.“라고 들려주신 한마디가 많은 힘이 됐어요.”

울산 옥봉중 1학년 때 태권도를 배우러 간다.”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함께 도장을 찾아 도복을 입은 소녀는 9년이 흘러 아시아가 비좁은 낭자가 됐다. 그리고 2년 뒤엔 세계 태권도계에 이다빈의 존재를 깊이 각인시키려 한다.

걸림돌은 영국의 비안카 워크덴이다. 워크덴은 2017 무주 세계 선수권대회 +73급 금메달리스트인 월드 스타다. 월드 그랑프리 5회 우승으로, 이 부문에서 김태훈(한국)과 알렉세이 데니센코(러시아)와 함께 3위에 올라 있는, 절대 강자라 할 만한 인물이다.

“(워크덴이) 넘지 못할 벽은 아니라고 봅니다. 환호는 오늘 하루로 족해요. 마음을 가라앉히고 귀국하는 즉시 준비에 들어가야죠. 무엇보다도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제가 올 초 스타일을 공격적으로 바꾸자고 마음먹고 시도했는데,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금 획득에 크게 작용했죠. 물론 좋은 쪽으로요.”

대붕의 날갯짓은 아마 이미 시작됐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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