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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태권도, 월드 그랑프리를 금빛으로 물들이다
작성일 : 11-24
조회 : 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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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태권도여, 역시 대단하구나. 그 영광 영원하리라.”

한국 태권도가 부르는 승전가가 푸자이라 하늘에 울려 퍼졌다. 천하를 덮을 듯한 종가의 기세에, 전 세계 태권도계가 경악했다. 월드 그랑프리 역대 최고의 전과를 올리며 종주국의 자존심을 한껏 곧추세웠다.

허물어진 아성을 뒤로하고 어떻게 잠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인가? 빼앗긴 왕좌를 되찾는 데엔 많은 날이 필요하지 않았다. 절치부심의 시간은 33일이면 족했다. 오히려 더욱 굳건해진 모습으로 정상을 다시 밟았다.

세계태권도연맹(WT)이 야심 차게 내놓은 2018 푸자이라 월드 그랑프리 파이널이 23일 오후 5(현지 시각) 자예드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국이 왜 종가또는 종주국으로 불리는지 다시금 일깨워 준 이번 무대는 내년 모스크바에서 재회를 약속하며 열전의 장을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망외의 수확을 가을했다. 4, 3, 1개를 결실했다. 남녀 각 4체급씩 총 8체급에 걸린 여덟 개의 금메달 가운데 50%를 휩쓴 저력은 놀랍기만 했다. 2위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기개를 뽐내며 종합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은 각 한 개씩을 따며 2위에 오른 러시아를 보면 쉽게 눈앞에 그려지는 압도적 힘의 차다.

또한 전례 없는 대풍작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한국이 가장 풍작을 올렸던 옥토는 지난해 모스크바에서 열렸던 1차 대회였다. 그때 작황은 금 3, 은 4, 동 3개였다. 이와 함께 수확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까지 금메달 최고 획득 기록은 세 개였다. 이번까지 열아홉 번 치러진 이 대회에서, 모두 여덟 번 금메달 세 개 작황 기록이 나왔다. 한국이 5회, 영국이 2회, 러시아가 1회였다.    

이로써 한국은 올 월드 그랑프리 시즌 네 번째 장(10월 맨체스터)에서 영국에 빼앗겼던 패권을 되찾았다. 그때 한국은 에이스 이대훈이 획득한 금메달 한 개(은 세 개)에 그쳐 영국(2, 2)에 정상을 내줬다(파이널로 국한하면 2017 아비장 대회부터 2연패).

선봉으로 나선 김소희(24·한국가스공사)가 화려한 금자탑의 서막을 열었고, 맏형 이대훈(26)이 마지막 한 점을 찍었다. 음주 운전 파동을 감내한 이아름(26·고양시청)과 유일한 고교생 장준(18·홍성고)은 가운데에서 힘을 보태며 정상 탈환의 주역 대열에 합류했다.

여자 -49급 결승전에서, 김소희는 올림픽 랭킹 1위인 천적 빠니빡 웡빠따나낏(태국)10-8로 꺾고 개가를 올렸다. 2016 히우(리우)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했던 김소희는 당시 8강전에서 웡빠따나낏을 6-5로 물리친 뒤 2년 동안 승리와 인연이 멀었다. 월드 그랑프리에서만 네 번 만나 모두 졌다. 45기의 인내가 빚어낸 값진 승리라 할 수 있다.

남자 -68급 결승전에서, 당대 으뜸의 선수로 꼽히는 이대훈은 태극 형제김석배(21·삼성 에스원)를 한 수 가르쳤다. 현란하고 다양한 발차기로 패기 있게 파고드는 김석배를 공략해 관중의 감탄을 자아냈다. 65-20, 이번 대회 최다 점수와 최다 점수 차 승리였다.

이대훈은 월드 그랑프리의 사나이라 할 만하다. 이번 금메달로, 최다 우승을 12회로 늘리며 2위 제이드 존스(영국·8)와 격차를 네 걸음으로 벌렸다. 아울러 파이널 4연패의 위업을 이루며 최다 우승 기록도 3회에서 4회로 경신했다.

이대훈의 영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회가 끝난 후 무대를 푸자이라 국립 극장으로 옮겨 열린 2018 WT 갈라 어워드에서, 이대훈은 올해의 남자 선수로 선정돼 기쁨을 만끽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그리고 통산 4회 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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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신 대한민국태권도협회 회장(오른쪽)이 '올해의 남자 선수'상을 2년 연속 수상한 이대훈을 축하하고 있다.​

여자 -57결승전에서, 이아름은 니키타 글라스노비치(크로아티아)11-7로 제압하고 눈물의 우승을 안았다. 올 시즌 부상에 시달린 데다 음주 운전 파동으로 출전 정지 1개월 처분까지 받으며 켜켜이 쌓였던 설움과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소중한 금메달이었다. 이아름은 2017 월드 그랑프리 1(8월 모스크바) 우승 이후 14개월여 만에 정상을 다시 밟았다.

장준이 일으킨 거센 돌풍은 남자 -58급 결승전에서도 결코 잠들지 않았다. 전날 준결승에서 이 체급 터줏대감인 김태훈(24·수원시청)을 따돌리는 격랑을 일으켰던 장준은 결승전에서도 센스 있는 발차기를 선보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올림픽 랭킹 2위에 자리한 관록의 카브레라 토르토사(스페인)를 적극적으로 공략한 끝에 21-12로 쾌승했다.

한편 금메달을 노렸던 인교돈(26·한국가스공사)과 김잔디(23·삼성 에스원)는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은메달에 그쳤다. 남자 +80급 결승전에서, 인교돈은 올해 이 체급 최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올림픽 랭킹 1위 블라디슬라프 라린(러시아)에게 1-5로 졌다. 여자 -67급 결승전에서, 김잔디는 올림픽 랭킹 2위 누르 타타르 아스카리(터키)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5-7로 져 정상을 눈앞에 두고 물러서야 했다.

한편 여자 -49급의 심재영(23·고양시청)은 동메달을 따 한국의 풍성한 수확에 한 힘을 거들었다.